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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운드, 카마시 워싱턴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8-08-06

조회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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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재즈에 퓨전이라는 처음부터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장르와 문화가 뒤섞이며 탄생한 재즈는, 1960년대 이후의 퓨전 재즈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이종교배를 거쳤다. 이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주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카마시 워싱턴. 지금의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색소포니스트다. 그의 아버지 리키 워싱턴은 웨스트코스트 재즈 뮤지션이었다. 어린 카마시 워싱턴은 훌륭한 음악가인 아버지가 왜 유명해지지 못할까 늘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재즈를 곁에 뒀고, 어린 시절 비로소 대중음악의 가시권에 진입했던 힙합을 즐겨 들었다. 그는 재즈에 사용된 재즈 샘플을 듣고 그 접점을 느꼈다. 그에게 음악은 하나였다. 훵크와 재즈는 다른 이름을 쓰는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1990년대 초,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이 이끌었던 지훵크(G-Funk, 피훵크 샘플을 기반으로 한 갱스터 랩 음악)를 들었을 때 그가 재즈 샘플에서 접했던 친밀함을 느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음악 영재였다. 3살 때 이미 드럼을 연주해서 동네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는 피아노를 배웠다. 그가 원했던 것은 색소폰이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극구 만류했다. 당시의 색소포니스트들은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반드시 연마해야 했는데, 재즈 연주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는 우연히 색소폰을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웨인 쇼터의 곡 ‘Sleeping Dancer Sleep On’을 하루 만에 마스터했다. 그의 아버지도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어린 카마시 워싱턴의 곁에는 브루너 형제(드러머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 베이시스트 썬더캣)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카메론 그레이브스도 함께 어울렸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들은 밴드를 꾸려 존 콜트레인 컴피티션에 참가했고, 우승을 거두었다. 이때 시상자는 존 콜트레인의 아들이자 색소포니스트 라비 콜트레인이었다. 그의 곁에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앨리스 콜트레인의 증손으로 훗날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악계를 뒤흔드는 프로듀서로 성장하게 된다. 카마시 워싱턴과 카메론 그레이브스, 썬더캣,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의 우승에 대해 한 매체에선 이들을 ‘영 재즈 자이언츠’라 표현했다. 과거 마일스 데이비스가 ‘모던 재즈 자이언츠’라는 표현을 썼던 것처럼 말이다.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들은 영 재즈 자이언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디 아티스트로 몇몇 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카마시 워싱턴은 브레인피더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제럴드 윌슨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빅밴드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던 그는 일반적인 콤보 밴드가 아닌, 라지 앙상블 스타일로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펼쳐내기로 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정작 프로 아티스트로는 개별적으로 활동했던 옛 친구들을 소집했다. 그들은 한데 모여서 작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카마시 워싱턴의 곡만이 아니었다. 각자의 작업물에 참여하고 참여시켰다. 오전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진행하는 스파르타 스타일로 녹음 작업을 했다. 이때 녹음한 곡이 190곡 정도였고, 카마시 워싱턴의 곡도 45곡이나 모였다. 곡을 추려 한 장을 CD에 담으려고 했으나, 그가 그렸던 ‘서사시’를 담으려다 보니 17곡이 됐다. 결과적으로 [The Epic]은 3CD 세트로 발매됐다. 앨범이라는 하나의 작품, CD라는 물리 매체를 더는 반기지 않는 이 시대에 3CD 앨범이라니. 그는 걱정했지만,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The Epic]은 2015년 발매된 앨범 중 최고의 판매수치를 기록했고, 그를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놨다.


그는 동료 프로듀서이자 알토 색소포니스트 테라스 마틴을 통해 래퍼 켄드릭 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작업 중이던 [The Epic]을 들어본 켄드릭 라마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카마시 워싱턴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단 것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카마시 워싱턴을 자신의 녹음실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작업 중이던 켄드릭 라마의 앨범 [To Pimp A Butterfly]의 일부를 들었고, 큰 충격에 빠졌다. 켄드릭 라마는 카마시 워싱턴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제안을 받은 카마시 워싱턴은 대단히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알다시피 [The Epic]이 발매된 2015년에 켄드릭 라마는 [To Pimp A Butterfly]를 발표했고, 단숨에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켄드릭 라마가 2017년에 발표한 또 하나의 문제작 [DAMN.]에도 카마시 워싱턴이 참여했다.


2017년에 카마시 워싱턴은 EP를 하나 냈다. EP라고는 했지만 결코 가벼운 앨범은 아니다. 그는 여섯 개의 트랙에 인간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여섯 개의 악장으로 묶인 이 모음곡은 각자의 테마를 지니고 있다. 그는 가사가 없는 연주 음악에 어떻게 메시지를 담아낼까. 그는 무의식의 단계에 관해 말한다. 이 상태에 가까워지면 스케일이나 음, 심지어는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존재조차도 잊게 된다고 한다. 그 무의식에 도달해 악기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1960년대의 존 콜트레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2018년, 카마시 워싱턴은 새 앨범 [Heaven And Earth]를 발표했다. 두 장의 CD 또는 네 장의 LP로 구성되어 있으며, [The Choice]라는 다섯 곡짜리 EP가 포함되어 있다. 이전 앨범들이 하나의 서사 또는 콘셉트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 앨범도 그가 추구하는 구조가 있다. 지구(Earth)와 천국(Heaven)이란 두 개의 틀 속에 그가 그리는 음악세계를 그려낸다. [The Epic] 때 경험했던 거대한 규모의 사운드스케이프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그의 음악을 두고 누군가는 전통적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혁신적이라 말한다. 그 말에 모두 동의하게 만드는 그의 음악은 뭐라 표현해할까. 그리고 그의 음악에 담긴 여러 스타일을 뭐라 말해야 할까. 이에 그는 대답한다. 음악의 여러 장르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룬다고.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쓰고, 흑인음악

100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 <블랙 스타 38>을 냈다.




카마시 워싱턴 'Heaven And Earth' 투어

일시 2018년 8월 16일 (목) 오후 8시

장소 무브홀

가격 일반예매 70,000원 / 스탠딩석 77,000원

문의 페이크버진 info@fakevirgin.com

예매 https://goo.gl/r9Pyk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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