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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프 파커 [Suite For Max Brown]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20-06-02

조회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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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김현준


타고난 반골의 작가가 토해낸 2020년의 문제작


모던 록 밴드 스미스(The Smiths)의 리더였던 싱어송라이터 모리세이(Morrissey)의 데뷔 직전 모습을 그린 사랑스러운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England Is Mine)〉. 창작과 독창성의 문제로 고심하는 아들에게 그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실재(實在)하는 너 자신의 유일한 버전이란다. 널 복제한 다른 존재는 없어. 그저 너 자신이기만 하면 되는 거란다.”


꽤 오랫동안, 기회가 닿으면 기타리스트 제프 파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1967년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에서 태어나 남부 버지니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에서 공부했고 1991년 동부를 떠나 시카고로 이주, 프리 재즈에 몰두했다. 시카고는 블루스의 도시이자 현대 프리 재즈의 성역인 ‘창조적 음악인의 진보를 위한 모임(AACM)’으로 대변되는 곳. 그가 시카고로 옮긴 것도 AACM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1990년대 말에는 포스트 록 밴드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2014년, 고향 같은 시카고를 떠나 다시 LA로 거처를 옮겼다.


문자화된 자료만 갖고 제프 파커의 이력을 살펴보면 도대체 그가 어떤 정체성을 지녔는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세션 연주로 무수히 많은 녹음에 참여했으나 활동 기간에 비해 리더작은 많지 않은 편. 록 밴드나 아방가르드 그룹의 일원으로 남긴 작품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재즈로 구분하는 게 적절하지만, 실험적인 음악인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제프 파커도 자신이 “재즈 출신이지만, 재즈 연주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배경에 대한 인식은 그의 새 앨범 [Suite For Max Brown]을 감상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다. ‘맥스 브라운’은 그의 어머니의 결혼 전 이름이다.



처음 LA에서 만든 [The New Breed](2016)와 맥을 같이 한 새 앨범은, 올해 재즈 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겁게 찬반양론이 오가야 할 문제작 중 하나다. 앨범의 주체도 전작의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와 ‘제프 파커 앤 더 뉴 브리드’라 붙였다. 개인적 시선을 중시했고, 소소함과 절절함이 무질서하게 혼재된 일상을 모티프로 삼았다. 감상을 위해 힌트를 하나 전하면, 한 번에 불쑥 다가오기보다 들을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쪽이다. 다만 창작 의도에 귀추를 맞춰 청자들이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 하나 있다. 고리타분하게 장르를 따지지 말고 들을 것. 정확히 말하면, 재즈, 소울, 훵크, 힙합, 일렉트로닉스, 록, 팝 등을 모두 통찰할 만한 잡식성의 유연한 시각을 지녀야 한다.


앨범에 실린 11곡은 (마치 힙합처럼) 대부분 실시간 연주보다 편집, 더빙, 샘플링 등 스튜디오에서의 후반 작업에 크게 기댔다. 절반 정도는 여러 악기를 다루는 제프 파커가 모든 연주를 도맡았고, 두어 번 의도적인 마디의 구분은 있으나 앨범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일관되게 이어진다. 앞면과 뒷면으로 나누어 듣는 LP의 감상과도 비슷하다. 혹시라도 전작 이전, 그러니까 주로 시카고에서 만든 작품들을 통해 제프 파커의 음악을 들어왔던 청자라면, 이것이 그의 현재라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Suite For Max Brown]은 애초부터 장르적 지향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매우 흥미로운 아방가르드다.



제프 파커는 직접적으로 존 콜트레인, 조 헨더슨, 오티스 레딩 등의 음악을 차용했다. ‘커버’나 ‘편곡’ 대신 ‘차용’이란 표현을 적시했음에 주목하기 바란다. 기타 연주만 갖고 보면 그가 학습을 통해 조우했을 여러 선배들에 대한 오마주로도 들린다. 곡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여러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떠올릴 수 있으며 각각 다른 지향이 감지된다. 그럼에도 가장 큰 성과는, 이 조합물이 제프 파커라는 이름으로밖에 정리될 수 없을 만큼 강한 개성과 독창성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온고지신의 오랜 교훈과 타고난 반골의 의도된 도발이 교차한다.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의 기쁨을 안기며 우리의 음악 듣기가 어느 지점에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 측정하게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영화에 작은 영감을 얻어 제프 파커의 어머니가 그에게 건넸을 법한 얘기를 가상으로 적어봤다. “제프, 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구나. 하지만 괜찮다. 네가 머무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되고, 네가 그 삶을 즐길 수 있다면 거기에 네가 있는 것이니까.” 사실, 이건 노자(老子)의 말씀이다. “머무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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