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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제이 아이어, 크레이그 테이본 [The Transitory Poems]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9-05-13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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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낯선 청춘


두 세계의 중첩 혹은 스침이 만들어 낸 황홀경


비제이 아이어와 크레이그 테이본은 도전적인 자세로 아직 탐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화려한 리듬, 상승과 하강의 폭이 큰 역동적인 솔로, 질주하는 듯한 강렬한 힘 등에서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누가 누구의 아류라 할 수 없는 개성 또한 각각 확실하다.)


그래도 두 연주자가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이들이 동일한 악기, 그것도 혼자서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방가르드 재즈의 주요 인물로 평가 받는 색소포니스트 로스코 미첼은 일찌감치 두 연주자가 함께하면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노넷 편성의 노트 팩토리를 결성해 녹음한 2002년도 앨범 [Song For My Sister]에서 두 연주자가 스피커의 한쪽씩을 차지하고 연주하게 했다. 이것은 더블 쿼텟 편성의 2010년도 앨범 [Far Side]로 이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비제이 아이어와 크레이그 테이본은 그들만의 어울림을 별도로 이어나갔다. 그리고 지난 2018년 3월 1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아카데미에서의 공연 녹음을 담은 첫 번째 결과물을 이번에 발표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두 사람이 듀오 연주를 펼쳤다고 했을 때 강 대 강의 연주를 예상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밀려오던 파도가 부딪혀 큰 포말을 만들어 내거나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두 팀 간의 숨 막히는 결승전 같은 장황한 풍경의 연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이번 앨범에 담긴 연주는 그보다는 한층 부드러운 면을 띄고 있어 놀랍다. 충돌보다는 만남에 더 가깝다고 할까? 견고하게 구축된 두 세계가 부딪혀 큰 파열음을 내는 대신 서로 스치고 중첩되어 새로운 모습의 세계를 만들어 낸 듯한 인상을 준다. 이것은 앨범의 첫 곡 ‘Life Line (Seven Tensions)’부터 드러난다. 여기서 두 연주자는 동일한 테마를 각각의 시선으로 연주했는데 그럼에도 상충된 시선의 충돌이라는 인상보다 서로의 여백을 메우는 촘촘한 어울림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어울림은 감정적 상승이 아니라 파동의 잔잔한 중첩으로 귀결된다. 프리 재즈의 선구자였던 세실 테일러에게 헌정하는 ‘Luminous Brew’에서도 세실 테일러 혼자만의 연주보다도 덜 복잡하고 덜 강렬하게 그리고 덜 추상적으로 연주했다. 이 외에 아방가르드 재즈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무할 리처드 아브람스를 위한 ‘Clear Monolith’, 제리 앨런에 대한 헌정으로 마무리되는 ‘Meshwork / Libation(When Kabuya Dances)’, 그리고 재즈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 활동을 했었다는 화가 겸 조각가 잭 휘튼을 위한 ‘Sensorium’ 등에서도 두 연주자는 냉철하다 싶을 만큼 차분함 속에서 음들을 잇고 분산시켜 나간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망설이거나 주저하며 연주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반주나 솔로 등으로 필요에 따라 명확히 역할을 구분하지도 않았다. 다만 서로의 연주를 경청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연주를 펼쳤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맞춤은 어느 한 연주자가 개척한 길을 다른 연주자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리고 순간적으로 상대를 보고 자신의 연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두 연주자의 어울림을 두 세계의 중첩이나 스침으로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스침 혹은 중첩은 과정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어떤 지향점을 향해 두 연주자가 혼신을 다해 나아가지만 그 끝에 최종 목적지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연주에서 발생된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는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각 곡의 연주 중반이나 후반에 발생하는 상승의 기운도 결말전의 절정이 아니라 순간적이고 우연적인 결과, 두 연주자도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의 발견과 그에 대한 희열에 더 가깝다. 그래서 각 곡은 안정적인 결말보다는 일종의 멈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세실 테일러의 한 인터뷰에서 가져왔다는 앨범 타이틀 ‘The Transitory Poems’는 바로 이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휘발될 수 있는 일시적 순간에 대한 기록 말이다. 따라서 이들이 이 앨범 이후 또 다른 앨범을 녹음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이번 앨범과 유사하리라는 것은 매우 불확실하다. 그래서 그다음이 매우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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