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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폴 블레이, 게리 피콕, 폴 모션 [When Will The Blues Leaves]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9-07-02

조회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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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낯선 청춘


20년 만에 공개되는 자유로운 트리오의 기록


만프레드 아이허가 다시 ECM의 창고를 뒤져 묵혔던 명연을 꺼냈다. 바로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드러머 폴 모션의 1999년 3월 스위스 루가노에서의 공연 녹음이다.


이 세 연주자는 ECM이 독일의 작은 레이블에서 세계적인 레이블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끈 인물들이다(ECM 또한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이 강했기 때문일까? 정작 이들이 공식적으로 남은 트리오 녹음은 매우 드물다. 처음은 아마도 1970년 ECM에서 발매된 폴 블레이의 앨범 [With Gary Peacock]이었던 것 같다. 여덟 곡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서 폴 블레이와 게리 피콕은 폴 모션과 다섯 곡을 함께 연주했다(다른 세 곡은 빌리 엘가트가 드럼을 연주했다). 이 앨범은 사실 1963년에 녹음된 것으로 만프레드 아이허를 만나기 전까지는 앨범 발매가 어려웠던 녹음이었다. 여기서 세 연주자는 프리 재즈의 자유로움을 수용한, 경쾌하고 산뜻한 트리오 연주를 펼쳤다.


이후 세 연주자는 둘씩 함께 연주하는 일은 있었어도 셋이 함께하지는 못했다. 1975년에 임프로바이징 아티스트 레이블에서 발매된 폴 블레이의 앨범 [Turning Point]가 있기는 했지만 이 또한 1964년에 녹음된 것인 데다가 세 사람 외에 색소포니스트 존 길모어가 가세한 쿼텟 편성의 연주였다.


그런 중 1998년, 그러니까 1963년 녹음으로부터 35년이 흐른 후 세 연주자는 ECM에 다시 모여 [Not Two, Not One]을 녹음했다.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솔로 연주, 듀오 연주가 아닌 모처럼의 트리오 연주임을 강조한 앨범은 수십 년의 세월 속에 각각 명인의 자리에 오른 세 연주자의 깊은 어울림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뒤늦게 발매된 앨범 [When Will The Blues Leaves]는 바로 1999년 [Not Two, Not One]을 발매하고 이어졌던 여러 공연 중 하나를 기록한 것에 해당한다. 또한 그래서 곧바로 앨범으로 발매되지 못하고 창고에서 20년을 기다렸어야 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앨범 [Not Two, Not One]의 발매에 따른 공연이었다지만 그 내용은 자못 다르다. 스튜디오 앨범에 비해 한층 역동적이다. 서정적인 순간에서도 연주의 온기가 높다. 그 과정에서 세 연주자는 촘촘히 어울리면서도 각각의 자유를 발산하곤 한다. 첫 곡 ‘Mazatlan’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세 연주자는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곡을 연주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독자적인 연주를 펼치는 것 같다. 나아가 게리 피콕의 곡인 ‘Moor’에서는 탄력 넘치는 베이스가 보다 전면에 나서 트리오의 균형을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트리오의 연주에서 세 개의 물줄기가 자유로이 솟아올라 분수를 이루는 풍경을 떠올렸다.




연주자들의 자유로운 어울림은 ‘Told You So’ 같은 폴 블레이의 피아노 솔로 연주나, ‘Flame’처럼 드럼이 먼 뒤로 물러난 채 베이스, 피아노 중심으로 연주가 진행되는 것으로도 확장된다. ‘When Will The Blues Leaves’ 같은 곡에서는 그 안에서 연주자 간의 간격이 자유롭게 조였다 풀리기도 한다. ‘Dialogue Amour’나 의외의 스탠더드곡 ‘I Loves You, Porgy’에서의 서정성 강한 피아노 연주도 앨범을 더욱더 다채롭게 한다.


결국, 이 앨범은 세 연주자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연주 형태를 다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은 공연이었기에 가능했다. 단지 보여준다는 것을 넘어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연주의 흐름을 진행한 결과이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미국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산문집 <소설을 쓰고 싶다면>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어떤 영속적인 순간들, 어떤 사람들, 어떤 날들을 제외하곤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2019년 현재, 세 연주자 중 두 명의 폴은 세상에 없다. 게리 피콕만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분명 떠난 자나 남은 자 모두 재즈 역사에서 뛰어난 연주자로 기록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앨범 밖에 있는 것은 남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1999년도 기록은 세 연주자의 흔치 않은 어울림을 더 또렷이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기록이 ECM의 창고에서 또 나오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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