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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얀 가바렉, 힐리어드 앙상블 [Remember Me, My Dear]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9-11-25

조회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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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게 될 다섯 개의 목소리, 그 마지막 기록


우리는 여전히 [Officium](1994)의 감동을 기억한다. 당시로써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재즈 색소폰과 중세 성악의 만남’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찬사와 함께 불멸의 생명력을 얻었다. 이후 [Mnemosyne](1999)과 [Offisium Novem](2010)을 지나, 어느덧 그들의 첫 만남이 25주년을 맞은 올해, 그들의 네 번째 앨범이 세상에 공개됐다. 노르웨이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얀 갸바렉과 영국의 4인조 클래식 성악가 그룹 힐리어드 앙상블의 이야기다.


새롭게 발표된 [Remember Me, My Dear]는 2014년 10월 스위스의 벨린초나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마지막 투어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의 세 앨범이 모두 미덕으로 지니고 있던 음악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은 이번 앨범에서도 어김없이 유지됐다. 19세기 아르메니아 음악의 선구자 코미타스의 전통음악으로부터 시작해, 동시대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합창가부터 12세기 프랑스 노트르담 악파의 대표 작곡가 페로탱의 성가까지 다루는 이 앨범은 시대와 대륙의 경계를 대범하게 넘나들면서도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미려하게 완성된 음악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마지막 투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이때의 공연 이후 실제로 힐리어드 앙상블은 2014년 해산을 선언했다. 이제 그들의 하모니는 더 들을 수 없다고 단념했던 것 때문일까, 뒤늦게나마 듣게 된 그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반갑다. 데이빗 제임스의 카운터테너, 로저스 코베이 크럼프와 스티븐 해롤드의 테너, 고든 존스의 바리톤은 성가를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내어놓는다.





이 프로젝트에서 얀 갸바렉의 소프라노 색소폰은 종종 ‘제5의 목소리’라고 불려 왔다. 정말이지 적확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이 비유는 단순히 인간의 노래와 색소폰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힐리어드 앙상블과의 작업적 콘셉트를 강화시켜 설명해 보려는 비평가들의 수사를 넘어, 갸바렉의 연주가 지닌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라고 해도 수화기 너머 아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듯이, 얀 갸바렉의 연주는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목소리’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의 연주를 그의 이름과 연결해서 들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제 그 소리의 주인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만프레드 아이허의 프로듀싱 역량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부터 예찬을 받고 있지만, 25년 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이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그의 심미안을 한 번 더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고든 존스는 힐리어드 앙상블을 대표해 쓴 라이너노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프레드, 우리를 하나로 모아 준 당신의 비전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제 글을 시작하며 쓴 첫 문장을 고칠 차례다. 우리는 영원히 [Officium]의 감동을 기억할 것이다. “나를 기억해 달라”고 말하는 그들의 마지막 목소리, [Remember Me, My Dear]와 함께.


★★★★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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