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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슈아 레드맨 [Sun On Sand]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9-11-25

조회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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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정병욱


소박하지만 치열한 조화, 순례자가 발견한 새 양가적 풍경


조슈아 레드맨의 음악 행보와 스토리는 무척 정합적이다. 명연주자를 아버지로 둔 비전공자가 재즈 경연에서 우승하고, 뒤이어 자기 이름을 딴 데뷔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다. 재즈 전통을 중시한 연주는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솔로 연주가 완전히 농익은 후에는 다양한 협업과 기획으로 저변을 넓혀간다. 무엇보다 그의 실력과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없기에, 연주자와 리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대중적인 노선과 작가주의적 노선, 트리오와 오케스트라 편성을 오가는 이 순례자의 진지한 족적은 매번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앨범은 패트릭 짐멀리가 전곡 작곡을 맡았는데, 본 조합은 앞서 [Walking Shadows](2013)에서도 성사된 바 있다. 다만, [Walking Shadows]가 레드맨의 연주가 전면에 나선 낭만적 발라드 앨범인 것과 달리, [Sun On Sand]는 레드맨에게 자유로운 롤을 부여한 채 현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오가는 창의적 실내악 앨범에 가깝다. 모던 어법에 익숙한 스트링 쿼텟 브루클린 라이더의 멤버들이 함께했으며, 리듬 세션에는 그 자신도 많은 리더작을 낸 스캇 콜리와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는 일본의 타악기 연주자 사토시 타케이시가 합류했다.


장르 경계를 오가는 절묘한 미학을 추구하고, 새로운 구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보니, 아무래도 먼저 돋보이는 것은 연주가 아닌 작곡이다. 레드맨과 마찬가지로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이미 여러 앞선 작업을 통해 재즈와 클래식 양측 모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소화력을 과시한 바 있는 짐멀리는 본작을 통해 한 앨범에 녹여낼 수 있는 색과 영역을 더욱더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록곡 모두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녔지만, 공통으로 양가성(ambivalence)을 띠기도 한다. 분주하게 음을 오르내리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원시적인 북소리로 빛의 강렬하고 단순한 이미지와 어지러운 입자를 동시에 표현해내 포문을 여는 오프닝 ‘Flash’부터 이를 읽을 수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칭하는 프랑스어로, ‘저물녘’을 뜻하는 ‘Between Dog And Wolf’는 앨범 타이틀로서 선명한 멜로디와 긴장된 반주가 공존하며, 착실한 서사적, 감정적 단계를 거침으로써 주제의 인상을 각인한다. 제목부터 역설적인 ‘Dark White’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색소폰이 각기 비장하고 진취적인 태도와 혼란스러운 면모를 상호 역할을 바꾸어 교환하고, 앨범과 같은 제목의 ‘Sun On Sand’에서는 여유롭고 다소 여유로운 더블베이스의 무드 위로 날카로운 색소폰 솔로가 그만의 춤을 춘다. 전반부 현란한 인상주의 풍경 위로 처연한 서정을 더하더니, 후반부 팝적인 절정을 거쳐 재즈적인 즉흥과 그루브로 결론을 맺는 ‘Through Mist’ 같은 곡도 있다.


앨범 내 악곡들의 자유분방한 추상은 레드맨의 자유로운 역할을 통해 균형을 찾는다. 짐멀리의 악곡이 레드맨의 의도를 완벽히 이해하고 수행함으로써 재즈보다는 현대 실내악에 가까운 신선한 지형도를 그리면, 레드맨의 색소폰이 틈 사이로 영리하게 침투하여 그와 정반대의 재즈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식이다. 덕분에 본작은 거쉰이 의도한 클래식과 재즈의 ‘제3의 물결’보다 소박하지만 훨씬 치밀하며, 소니 롤린스와 스티브 라이히의 그것처럼 열정적이지 않지만 좀 더 치열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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