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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의 아무말] 음악 차트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때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8-04-22

조회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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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수 박지윤을 인터뷰했다. ‘하늘색 꿈’과 ‘성인식’을 부르다 자기 음악을 찾아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 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 박지윤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최근 차트 얘기가 나오자 그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차트 1위를 하면 좋겠지만 이른바 ‘스밍’(스트리밍) 작전을 통해 1위를 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냐는 물음이었다.


1위가 정말 ‘인기가요’의 척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가요톱텐> 같은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다는 건 실제 한 주 동안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 주 동안 라디오나 방송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는 의미이고, 한 주 동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의미였다. 그를 통해 우리는 한 해의 음악 경향을 분석하고 얘기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얘기할 때 <가요톱텐>의 골든컵은 중요한 근거가 된다.


시대가 변한 만큼 1위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TV 순위 프로그램보단 음원 사이트의 차트 순위가 더 많이 언급되고, 사람들이 없는 밤이면 팬들은 스밍 총공세로 자신들의 아이돌을 1위 자리에 올리려고 한다. 자신의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 동생, 삼촌의 휴대전화까지 동원한다.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는 실시간 차트로도 모자라 ‘5분 차트’라는 것까지 만들어 이를 독려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불거진 닐로 사태 같은 변종도 등장했다. 누구나 ‘작전’이 들어갔다고 심증은 갖고 있지만 입증은 할 수 없는 고약한 사례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는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다며 어떤 조작도 없이 차트 1위를 하는 거라고 강변한다. 역대 최단 기간에 1위에 오른 ‘역주행’ 곡이지만 별다른 이슈 없이 역주행하기 시작했고 또 100위 밖에서 바닥을 다지는 기간도 없었고, 무엇보다 한밤중에 그 강력한 아이돌 팬덤의 스밍 공세를 이기고 계속해서 차트 1위를 지킨다는 게 불가능하다 말하지만 결과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가졌다는 닐로의 완벽한 승리였다.


여기서 ‘역주행’이란 말을 생각해보자. 역주행은 차트에 잠깐 들었다가 사라졌다가, 또는 순위권 한참 뒤에 있다가 차트에 재진입하는 경우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역주행이란 말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다. 여기에는 일종의 ‘고난서사’가 따른다. 지독한 아이돌 팬덤 등쌀에 쫓겨난 ‘진짜’ 음악이 역경을 딛고 다시 차트에 진입했다고 보는 심리가 있었다. 그 현상을 ‘대중의 힘’으로 포장해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멜론은 아예 <차트밖 1위>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멜론 차트 100위 밖에 있는 노래를 골라내 역주행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려 했다. 숨겨져 있는 좋은 음악을 발굴한다는 취지 아래서 시작했지만 그 취지는 금방 무색해졌다. <차트밖 1위>뿐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긍정적으로 얘기해온 대부분의 역주행 사례 곡들이 그렇다. 과연 그 노래들은 음악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나? 그저 차트 안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발라드 하나가 더 추가된 것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결과적으론 오히려 멜론 차트를 더 공고하게 만들고 닐로 같은 변종이 등장하게끔 만들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차트에 대해 말해야 한다. 실시간 차트에 대해 말해야 하고, 5분 차트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 지금까지 실시간 차트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나온 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비판해야 한다. 닐로뿐 아니라 팬덤의 스밍도 넓은 의미에선 차트 왜곡이다. 이 왜곡된 차트를 가지고 우리 대중음악의 현재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을 듣는 사람.

음악을 모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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