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뒤로가기
제목

[리뷰] 이던 아이버슨 쿼텟 & 톰 해럴 [Common Practice]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19-09-30

조회 426

평점 0점  

추천 추천하기

내용

이상희


평소처럼 연습하듯이


ECM을 자주 듣다 보니 ECM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가 자연스레 생긴다. 필자가 ECM에 기대하는 음악은 ECM 팬들이라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클래식컬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로는 이국적인 독특한 느낌, 그리고 정적이고 여백이 많은 음악, 이런 것들이 ECM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이다. 진지하면서 우수에 찬 듯한 느낌, 실험성을 적절히 강조하는 레이블의 분위기는 유러피언 재즈 특유의 색채를 드러낸다. 키스 자렛 트리오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ECM에서 정직한 스윙을 듣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꽤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다. 그간 ECM이 구축해온 분위기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이던 아이버슨이 트럼페터 톰 해럴을 게스트 연주자로 초대해 새 앨범을 발표했다.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과연 스윙의 향연이다. 필자는 처음에 블루노트나 임펄스 레이블의 앨범을 듣는 줄 알았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상대적으로 귀에 너무 잘 들어왔기 때문이다. ECM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어색함은 잊고 베테랑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푸근한 연주에 빠져들었다. ‘ECM이 이런 스타일의 앨범도 만드는구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이 앨범의 타이틀은 ‘Common Practice’다. ‘일상적 습관’이라는 사전적 의미 말고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평소 연습하듯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을 정도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는 연주자들의 태도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이던 아이버슨은 지난해 색소포니스트 마크 터너와 듀오 앨범 [Temporary Kings]를 발표했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공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한 훌륭한 인터플레이를 만들어내 재즈팬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필자는 그의 다음 행보를 당연히 진지한 탐구자의 모습이 드러나는 방향으로 예상했었다. 한편 톰 해럴은 자신만의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관념적인 단어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작품 [Infinity]를 올해 발표했다. 특유의 직관적이며 사색적인 그의 연주는 듣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다음 발걸음 역시 그의 작가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콘셉트 앨범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진지하기 그지없는 뮤지션들이 모여 함께 연주했다니 뭔가 심오한 것을 기대해 볼만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들려준 음악은 힘을 많이 빼고 한결 가벼운 상태에서 연주한 경쾌한 혹은 낭만적인 느낌의 곡들이었다. 레퍼토리도 대부분 스탠더드곡을 선택해 매우 친숙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재즈 클럽에서 리얼북을 펴놓고 잼 연주를 하는 것처럼 큰 변화 없는 연주 흐름이 평범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연주에는 평범함 이상의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연주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지만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서로의 연주에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연주에 치열하게 개입하거나 영역 쟁탈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각자의 톤, 혹은 전체적인 톤을 유지한 상태로 정해진 구역 안에서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중간에 뭔가 다른 것이 나올 것만 같지만 시종일관 거의 같은 톤을 유지한다. 이던 아이버슨은 애초에 이러한 방식을 이 앨범의 콘셉트로 구상한 것 같다. 트랙이 넘어갈수록 그가 타이틀로 제시한 ‘Common Practice’에서 ‘Common’의 혐의가 짙어진다. 흔한, 혹은 평범함에 방점을 찍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한 콘셉트 안에서 이던은 만나서 가볍게 연습하듯이 톰 해럴과 함께 유쾌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업템포의 스윙과 익살맞은 블루스 연주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발라드 넘버 ‘The Man I Love’, ‘Polka Dots And Moonbeams’가 가장 눈에 띈다. 곡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이던과 트럼펫의 맛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톰 해럴의 연주가 낭만의 극치를 보여준다. 연주하면서 이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해본다. 어떤 대단한 시도를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가진 것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던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톰 해럴과 함께 펼쳐낼 연주의 풍경을 예감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던 아이버슨의 의도는 꽤 성공적이다. 평소처럼 만나서 연습하듯이 연주를 들려준 이들만의 특별한 조우가 오랜 친구와 맞춘 호흡처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½

비밀번호
수정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수정 취소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평점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