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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니아 [A Tension]

작성자 JAZZ PEOPLE(ip:)

작성일 2020-11-03

조회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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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정병욱


제 손으로 짓는 튼튼한 새집


2007년 결성 이래 모던 재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무대를 소화하면서도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편성을 고수했던 재즈 트리오 고니아의 색다른 시도를 담은 신작이다. 2018년에 처음 도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장구 협업 프로젝트는 ‘2020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 로컬리티’에 선정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오늘날 국악기와 양악기의 조합, 재즈 편성과 장구의 협업만으로 신선함을 내세우기란 쉽지 않다. 국악의 영역을 양악이나 대중음악까지 확장하고자 했던 흐름이 일찌감치 해방 이후까지 거슬러 올라갈뿐더러, 좀 더 가깝게 봐도 1980년대에 민속악 계통의 명인들이 대거 시도한 해외 재즈 스타들과의 협연이 있었던 까닭이다. 당시 두 손으로 연주함으로써 빠르고 화려한 연주가 가능하며, 사물놀이에 주로 쓰임으로써 대중에게 친숙할 뿐만 아니라 현장성과 가변성에 적응하기 좋은 장구가 재즈의 즉흥 연주 파트너로 호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프리 재즈 본위의 퓨전 시도와 이에 반했던 지극히 대중 친화적인 창작 국악, 퓨전 국악 양식은 2000년대까지 극단적으로 양립하기만 할 뿐 균형점을 찾기 쉽지 않기도 했다. 게다가 2010년대 이후 역으로 해외에서의 관심과 주목을 발판 삼아 큰 흐름을 만들고 있는 다양한 범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은 주로 소리꾼이나 보컬리스트가 그 정체성의 중심을 이루거나 록 계열 장르 음악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고니아 장구 프로젝트의 개성은 완전히 새로운 편성이나 혁신적인 개념, 의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연주 본연에 충실한 해당 음악의 구체적 면모로부터 피어난다. 기타와 리듬 섹션이라는 지극히 단출하고 익숙한 밴드 기본 구성에 그것도 각 악기의 대화에 오롯이 초점을 맞춘 정공법이 강렬한 충격 대신 묘한 이질감과 따스한 동질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것. 특히 일렉트릭 기타의 영롱한 클린 톤과 장구 가죽을 두드리는 둔중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병치한 날것의 공존, 때때로 베이스의 하프 뮤트를 활용해 기타와 장구 사이를 파고드는 사운드 질감을 절묘하게 노린 아이디어 등은 본작의 순수한 태도와 집중력을 더욱 부각한다.



연주곡들은 대체로 제목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실현한다. 솔로와 듀오를 오가는 세 악기의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주된 감상을 이루는 ‘A Tension’부터 비를 상징하는 장구의 줄기찬 장단 위로 도회적이면서도 처량한 멜로디를 얹는 ‘뉴욕 그리고 비’, 점층적으로 기백을 더하는 장구 연주에 겸해 비장한 테마를 함께 발전시키는 ‘준비됐어? 가자’ 등이 대표적이다. ‘경성연가’, ‘아니 아리랑’, ‘황성옛터’ 등 그 제목만으로 처연함이 느껴지는 보컬곡에는 가수 리아(김재원)가 뜻밖에 가세하거나 사색적인 간주를 삽입하는 등 연주곡의 자연스러움과 또 다른 기묘한 공존의 매력이 돋보인다.


불현듯 팀의 이름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의 이름인 ‘고니아’는 히브리어로 ‘모퉁이 돌’, 곧 건물을 지을 때 기둥 밑에 받쳐 놓는 주춧돌을 뜻한다.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지반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기둥의 밑뿌리를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 주춧돌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물이 서 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건물을 세울 때 가장 먼저 놓이기도 한다. 범상한 기타 트리오 편성에 드럼만 고스란히 장구로 대체한 본작은 마치 그들의 이름처럼 다른 건물에 대한 인위적인 의식 없이 자신들의 연주를 그것의 온전한 기준점으로 삼는다. 그렇게 각 악기 특유 날것의 즉흥적 매력과 집중력이 상호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현되고 나면, 세련된 퓨전 재즈의 기둥이 서기도 하고, 질박한 에스노 재즈(ethno jazz)나 예스러운 대중가요풍의 기둥이 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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